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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Book 리뷰 ] 기획자의 습관
    일상/Book 리뷰 2023. 9. 6. 11:38

    기획자의 습관

    서비스 기획 직무에 관심을 가지면서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추상적인 기획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기획의 본질에 대해 접근하고 싶었다.

    기획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해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의 업무처리방식 및 사고방식을 엿보는 것이 빠른 길이라 판단해 기획 분야 도서 중에서도 도서 판매량 상위권에 위치한 「기획자의 습관」이라는 책이 나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여 책을 펼쳤다.

     
    기획자의 습관
    GUCCI, 인천공항, 삼성전자, LG전자, 서울시 캠페인의 브랜딩 전략을 맡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장순의 기획을 위한 특별한 습관을 정리한 『기획자의 습관』. 저자가 생활하고 공부하고 생각해온 작지만 반복적인 10가지의 필수 습관들이 기록되어 있다. 저자의 습관들과 그와 관련된 생생한 경험담, 창세기와 니체, 움베르트 에코, 맥도날드와 코카콜라의 광고 이야기까지 인문학 분야의 학술 담론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우리는 기획은 기획자들에게나 필요한 일로 생각하지만 ‘점심은 뭐 먹을지’ 고민하는 것도 기획이다. 저자는 일상에 작은 차이를 더하는 일,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 일, 조금 다르게 보고 다르게 걸어보는 일, 생활의 모든 순간이 멋진 기획의 바탕이 된다고 이야기하며 조금 다른 시선을 가지고 살아보기를 권한다. 이를 통해 기획자, 마케터, 유튜브와 SNS를 활용하는 1인 크리에이터 등, 아이디어가 필요한 누구나 창의적 발상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저자
    최장순
    출판
    홍익출판사
    출판일
    2018.05.08

     

    결과적으로 이 책은 기획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고방식이 필요한지 여러 각도에서 알려주어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도서의 평을 살펴보면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라던가, '심도깊은 기획 내용이 없어서 아쉽다.'라는 식의 평이 존재하였는데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오히려 이 책이 주는 느낌이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가볍게 읽히는 책이언정, 독자에게 주는 인사이트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한다.(이제 막 기획을 시작하는 주니어 입장에서 말이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이미지'에 대한 인사이트와 관찰이 주는 힘에 대한 내용들이 마음에 깊게 와닿았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이미지 및 영상은 이전의 텍스트 시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왜 이미지인가'라고 하면 명쾌하게 문장으로 만들어 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트렌드가 그러하니까', '사람들이 시각적 요소에 과거보다 민감해져서' 정도라고만 생각했다. 앞으로는 '그냥'이라는 단어를 지양해야겠다. 어떤 현상이든 '그냥'은 없다는 사실을 이번에 크게 깨달은 것 같다. 그리고 간단한 선택 조차 의도가 내포되어 있는 '기획'임을 안다면 더 이상 그런 표현을 쓰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기획자의 마음가짐, 자질 등에 대해 알아간다. 내가 알고 있던 기획은 특별한 어떤 공통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진행하는 구체적인 계획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기획은 생활 전반속에서 우리의 행동양식을 디자인하는 일임을 깨닫고 나의 생각보다 '기획'이라는 것은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독서를 시작하기 전에 가졌던 궁금증들이 많이 해소되었다. 앞으로 서비스 기획자가 되기 위해 기획자로서의 습관이 몸에 자연스럽게 익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훈련해야겠다.

    아래는 챕터별로 기억에 남는 구절 혹은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잊어버릴 때 즈음 상기시켜 기획자로서의 마음가짐과 사고방식이 내재화되게끔 계속해서 되뇌일 예정이다.


    PART 1. 기획자의 생활습관

    생활의 발견

    우리는 매 순간, 생활속에서 기획을 하고 있다. 맛있는 식사를 위해 식당을 고르는 일, 식당을 방문하기 위해 최단경로를 세우는 것까지. 일상에서 모든 선택과 계획은 기획이다. 기획이 없는 삶은 사는대로 사는 삶일 뿐이다.

     

    관찰의 힘

    이미지는 문자보다 글로벌하다. 하나의 대상에 대한 이미지는 무한 생산되고 복제된다. 여러 각도와 여러 관점의 이미지가 생산되고 자발적으로 기록,  유통, 공유, 평가되고 있다. 이미지를 통해 비로소 다차원적으로 의미를 만들고 해석하는 시대가 열렸다.

    사진으로 본질에 다가설 수 있다. 무엇에 대해 알고자 할 때 이미지 검색을 이용한다. 가령, 구글에 '놀이공원'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사진은 관람차, 롤러코스터와 같은 놀이기구 등이 있다. '놀이공원 사람'처럼 교차 검색(키워드를 두개 이상 중복해서 입력)을 하면서 사진을 하나씩 묘사하며 키워드로 요악해보다 보면 기획자의 관점과 분석의 맥락에 따라 키워드들을 몇 가지로 묶어 개념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해시태그에는 단서가 있다. 사진과 더불어 해시태그 관찰은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에 들어가기에 앞서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 대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같은 소비자들의 대화를 엿듣는 건 왜곡되지 않은 생생한 인사이트를 얻는 좋은 방법이다. 가령 모더레이터가 어느 축구 팬에게 “국가대표팀 시합하면 경기장에 가서 볼 것인지” 물어보면 그는 “경기장에서 관람 의향이 있다”라고 답한다. 정식 기록에는 여기까지 기록된다. 하지만 잠시 쉬는 시간이 되고 모더레이터가 나가자, 옆에 앉아 있는 다른 축구 팬이랑 대화를 나누며 “요즘 바쁘기도 하고… 팀 성적도 안 좋은데 재미도 없어서 경기장 안 갈 거예요”라고 이야기한다면, 무엇이 진실일까.

    거리의 소음에도 정보가 있다. 길거리는 무정형의 오케스트라다. 그 소음들은 거리에 활력을 준다. 그곳의 교통량과 배달되는 정도, 지역 사람들의 분위기, 유행하는 음악이 뭔지, 호객꾼은 어떤 기획으로 무엇을 제안하는지… 이어폰은 이런 모든 정보 수집을 단 한 방에 차단한다. 가급적 거리를 관찰할 땐 이어폰을 끼지 마시길

     

    정리력

    기획과 관련된 작은 대화라도 빠짐없이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금방 경험하고 취득한 정보는 내 머리에 오래 남을 것 같겠지만, 그건 착각이다. 자기 머리를 과신하지 말라. 정리하라.

    이메일과 파일 제목도 습관이다. 파일 제목은 "프로젝트명 + 세부 주제 + 단계 + 일자 + 파일 버전 + 작성자"로 지정해놓으면 파일이 헷갈리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메일 제목은 내부 공유의 경우 "[프로젝트명/목적] 주제 + (기한)" 혹은 "[메일 성격] 주제"로 작성하는 것이 좋으며, 외부 발송 메일의 경우 "[소속 회사명/프로젝트명] 주제 + (기한)"으로 작성하면 이후 보낸 이메일을 찾을 때 들이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이 일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경험하며, 체득한 지식을 잘 정리해두어야 한다. 정리는 정보를 배열하는 기술이다. 언제든 잘 꺼내 쓸 수 있도록 잘 구분해두는 기술이고, 불필요한 것을 배제하는 기술이다. 그런 기술을 통해 내게 남아 있는 건 다양한 방식으로 고생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그에 대한 증거 자료들이다.


    PART 2. 기획자의 공부습관

    공부는 노력이다

    새로운 기획을 선보이려면 공부를 계속 해야 한다. 새로운 감각과 새로운 현상, 무언가 새로운 말할 거리가 계속 있어야 한다. 그 새로운 것은 미래의 것이든, 머나먼 과거의 것이든 상관없다. 지금의 현상과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어야 한다. 

    여러 언어를 알게 되면, 무언가에 대해 생각할 때도 다양한 관점을 갖게 된다. 남들이 제공한 지식에만 머물지 않기 위해선 언어 능력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디자인한 세계 속에 갇히게 된다.

     

    독서

    잡다하게 등장하는 개론서들이나 유행을 반영하는 책들보다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뚝심 있게 흔들리지 않는 바이블을 읽어야 한다. 한 권의 책이 이미 수백 권의 책과 아티클을 담아내는 경우가 많다. 그 한 권의 바이블을 시작으로 참고문헌에 기재된 아티클과 책들을 하나씩 따라 읽어가다 보면 그 분야에 대한 흐름이 잡힌다.

    중요한 것은 다독()이 아닌 정독()하여 사유하는 것

     

    대화

    기획은 목적 달성을 위한 행동 설계다. 그 설계가 생각의 힘에서 비롯된다면, (자신과의 대화를 포함해)대화 없는 생각은 없으므로 기획은 결국, 대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화 없이 생각하는 건 불가능하다. 기획력은 바로 그 생각에서 비롯되므로, 대화 없이 기획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다.

    상대의 말을 최대한 경청하고 생략된 논리까지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유추하여, 상대의 말을 매우 타당하고 합리적인 것으로 완성해주는 것이 ‘자비의 원리’다. 자비의 원리를 실천하여 훌륭한 협업으로 팀을 이끌어라

     

    표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해라, 그리고 기록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표현하라. 표현은 또 다른 의미에서 '지식을 공유하는 행위'이다.

    기획의 절반은 ‘학습’이지만, 학습을 완성시키고 오래 유지시키는 또 다른 절반은 ‘표현’임을 잊지 말자. 배우고 때때로 표현하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PART 3. 기획자의 생각습관

    생각의 두 관점

    ‘크리에이티브 없는 전략’은 공허하고, ‘전략을 결여한 크리에이티브’는 맹목적인 것이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친 기획은 균형감을 상실하고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거나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전략적 판단(전략 논리)과 적절한 경험적 증명(케이스 스터디)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이유다.

     

    발상의 힘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왜’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철학의 문제다. 철학은 돈이 있건 없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다. 기업이 존재 이유에 대한 철학조차 없이 어떻게 브랜드의 긴 앞날을 꿈꿀 수 있단 말인가. 난 언제나 기획을 할 때 ‘왜’라는 문제를 고민하고,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업의 본질을 고민한다.

    현실적인 문제는 현실적인 접근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이럴 땐 방금 말했던 ‘Why(왜)’라는 관점보다, ‘What if(~면 어떨까)’라는 관점으로 다양한 가능성들을 시뮬레이션 해보아야 한다.

    출발지가 되는 핵심 가치나 편익으로부터 다양한 키워드 발상을 통해 가능한 많은 키워드 경로를 그려본다. 그렇게 다양한 키워드 맵을 그린 후, 마지막에 위치한 키워드나 중간에 위치한 키워드 가운데 기획의 목적에 부합하는 키워드들을 복수로 선택한다.

    평소 광고를 보면서 그 이면에 있을 법한 배경, 과정, 이유를 상상해본다. 이를 통해 기업의 특정 목표를 읽어내는 충분한 연습을 할 수 있다. 내부 기업 관점, 경쟁 관점, 고객 관점에서 광고에 대한 추론 등. 그리고 기획자라면 그 광고를 어떻게 설득했는지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천개의 눈, 천개의 길

    더 나은 공동체, 나아가 새로운 세계를 위한 새로운 ‘사유의 습관’은 이러한 현실(사회는 체제 유지를 위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만 자유로운, 공동체의 '사유의 습관'을 종용한다는 사실)을 목격하는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그 목격의 지점에 도달하는 건 쉽지 않다. 현대 세계의 실체를 파악하고 무언가 준비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유의 습관을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시선을 연구하고 실천해봐야 한다.

    게으름은 ‘새로운 관점의 포기’를 의미한다. 기획자의 몸은 게으를지언정, 머리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기호학에서는 일정한 맥락 안에 숨겨진 의미를 ‘공시共示, Connotation 함축, 내포’라 정의한다. 표면적 의미는 ‘외시外示, Denotation 지시, 명시’라 칭한다. 기획자의 생각은 ‘외시’를 정리한 후 반드시 이면에 있는 ‘공시’를 향해야 한다.

    사물이나 특정 개념을 다르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관점을 갖추는 훈련이 된다. 그리스어로 ‘알레고리Allegory’는 ‘다르게άλλος, allos 말하다άγορεύω, agoreuō’는 의미이다. 알레고리는 특정 대상을 비유적으로 혹은 다른 정의를 통해 설명하는 수사학적 장치인데, 반드시 말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사랑한다’는 말을 실제 ‘장미 한 송이’로 다르게 표현할 수 있으며, 때론 ‘윙크’로 표현할 수도 있다. 어떤 무언가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보고, 괜찮은 것들은 별도로 메모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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